꽤 늦은 포스팅이 됐습니다만, 더 바빠지기 전에 한가할 때 정리해 둘 필요가 있는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포스팅을 하지 않고서는 그냥 넘어가기 아까운 얘깃거리라서요.
작년은 그야말로 미국 드라마의 폭풍이 몰아친 해였습니다.
CSI를 필두로 24시, 프리즌 브레이크,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 그리고 최근의 히어로즈까지 고퀄리티의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온 해였죠.(물론 작년이라고 하기엔 꽤 오래된 시리즈도 많습니다만,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대세라고 불릴 정도로 이슈가 된건 작년 무렵부터였으니까요.)
위에 열거된 작품 그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물건들입니다만, 제가 오늘 다루는 드라마는 저 목록에도 없고, 사실 주변에 본 사람도 별로 없는 '덱스터'라는 드라마입니다.

덱스터의 월페이퍼 이미지. 가운데 서 있는 친구가 주인공 덱스터입니다.
덱스터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드라마입니다.
그것도 무려 주인공이 그 연쇄살인범이죠.
덱스터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범죄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영웅담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영웅이 시리얼 킬러로 대치될 뿐이죠.
비범한 출생 - 능력의 인지 - 각성과 성장 - 시련과 악의 유혹 - 유혹의 극복과 승리로 이어지는 영웅담은 덱스터에서 미묘하게 비틀어집니다.
참혹한 핏구덩이 사건 현장 속에서 발견된 덱스터(비범한 출생)는 어릴때의 충격이 원인이 되어, 살아있는 생물을 죽이고 싶어하는 충동에 휩싸인다.(능력의 인지).
이것을 발견한 양아버지는 덱스터가 단순한 살인마로 변해 전기의자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는것을 막기 위해 덱스터를 잘 훈련된 킬러로 길러 낸다.(각성과 성장).
아버지의 사후, 법망을 피해나간 다른 연쇄살인범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자신의 충동을 억제해 오던 덱스터는 놀라운 실력을 가진 또다른 시리얼 킬러와 맞닥뜨리고 그의 행위에 동참하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느끼면서도, 그로 인해 생기는 자신의 변화에 괴로워한다(시련과 악의 유혹).
뭐 결말은 언제나와 같이 정의의 승리...라고하기엔 뭣하지만 말입니다.
연쇄살인범으로 대치된 이 비틀어진 영웅담은 수 많은 아이러니로 가득한 덱스터의 생활과 주변인물들과 함께 신나게 흘러갑니다.
오히려 연쇄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는 곁다리에 불과하다고 보일 정도로, 드라마는 살인범 덱스터가 어떻게 다른 이들과 섞여 살아가는가를 중점적으로 보여 줍니다.
덱스터는 살인범이고 누군가를 죽임으로서 자신의 어두운 충동과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인물입니다.
남들과 다른 덱스터는 남들과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감정이 있고, 남을 아끼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가 덱스터에게는 가장 여려운 난제입니다.
친구, 연인, 가족, 특히 연인과의 트러블 앞에는 눈앞이 캄캄해질 뿐인 덱스터가 그 모든 문제를 어떻게 '덱스터 식'으로 풀어 나가는가를 보는 것이 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즐거움입니다.
"인생극장 : 한 살인자의 삶" 이런거죠.:)

자신이 죽인 악당들의 피 한방울을 전리품으로 챙겨오는 덱스터.
덱스터의 직업은 마이애미 경찰국의 혈흔분석 전문가(마이애미 소속 CSI?!)
덱스터의 심판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법망을 빠져나간 악당들에 대한 법 외의 심판을 바라는 마음은 있습니다.
그런 인간이 그보다 더 무서운 누군가에게 심판을 받는다는 것.
떳떳하지는 않지만 은근한 카타르시스를 주죠.
덱스터는 그 부분을 파고 듭니다.(여전히 불편한 사람은 있겠지만)
더군다나 덱스터는 블랙코미디이고, 성장드라마입니다.
연쇄살인, 트라우마, 컴플렉스 등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그 어두움에 절대 휩쓸리지 않습니다.
'몬스터' 덱스터가 '인간' 덱스터로 진화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실수와 시행착오는 정말이지 매회 보는 사람의 배꼽을 뺍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동안, 덱스터의 살인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한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영악한 희석일수도 있겠죠).
데스노트의 키라보다 더 개인적인 이유로 살인을 하는 덱스터지만 키라보다 훨씬 시청자의 감정 이입이 쉬운 캐릭터이기 때문일까요.
"덱스터"안에서 보여지는 살인은 말 그대로 그 드라마의 소재 중 하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원작은 제프 린제이의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원제 : Darkly Dreaming Dexter)" 입니다.
기본적으로 원작에 충실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점도 있으니 책을 먼저 한번 읽어 보시는 것도 좋을것 같네요. 저도 드라마 완결되자 마자 바로 구매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원작이 워낙에 괜찮은 작품이었더군요.
드라마 자체도 군더더기나 질질 끄는거 없는 상쾌한 연출도 좋고, 특히 덱스터 역을 맡았던 마이클 C 홀의 연기가 매우 기억에 남습니다. 마이클 C홀은 작년 그 쟁쟁한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도 이 마이너 드라마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닥 잘생기지도, 몸매가 좋지도 않지만 드라마가 끝날때쯤이면
덱스터 앞에 '귀여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덱스터가 바라는 그 음흉해 마지 않은 꿈의 정체도
보는 이의 입가에 슬그머니 웃음을 흘리게 합니다.
현재 소설 2권을 기반으로 시즌 2가 제작중이라는 것 같습니다.
유료 채널 방송에 연쇄살인에 토막시체가 천지에 뒹구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종영시 시청률은 꽤 높았다는군요.
로마도 완결되고, 현재 딱히 확 끌리는 볼거리가 없는 지금, 제가 가장 기다리는 드라마입니다.
1시즌 각 45분 내외 12화 완결입니다.

강력 추천 : 스릴러애호가, 블랙유머 애호가
비추천 : 고어물이 싫다. 어쨌거나 살인은 살인이다.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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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킨 깔끔하니 좋네요~
나도 기다리고 있는 드라마... 두근두근
나도 저 오프닝은 매 회마다 봤지...
로X트 처럼 몇시즌이 지나도록 낚시질하는게 아니라
1시즌에서 궁금증을 모두 풀어줘서 속이다 시원했어..
원작 소설이 있으니까 괜한 떡밥 낚시질을 할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