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게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300이라는 영화죠.
영화는 꽤 재미있게 만들어졌고, 실제로도 많은 호평을 받고 있죠.
물론 저도 개봉하자 마자 극장가서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이유로, 전 이 영화에 대한 최종평가는 그리 좋게 줄 수가 없습니다.
아래 대사는 레오니다스 왕이 에피알테스의 배신으로 뒷길이 뚫린 사실을 알게 된 직후의 장면의 대사입니다.
병사들과의 마지막 밤에 모닥불 앞에서 한 연설이지요.

요 장면입니다.
Children!
병사들아
No retreat, No surrender.
후퇴도, 항복도 없다
That is the spartan law.
그것이 스파르타의 정신이다
And by spartan law
그리고 그 정신에 따라
we will stand and fight, and die.
우린 이곳에서 싸우고 죽을것이다
and New age has begun.
새로운 시대가 온다
an Age of freedom!
자유의 시대가!
and all the know 300 spartans
그리고 모두들 300명의 스파르타인이
give the last breath
자유를 위해 싸우다 죽은사실을
to defend it.
기억할것이다.
오오.... 그럴싸 하죠?
개뿔.
그럼 원작을 볼까요?
본인 소장중인 300 국내 출판본을 디카로 찍은겁니다.

이 장면은 어째서 스파르타인들이 단 300명이라는 숫자로도 항복하거나 후퇴하지 않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와 맞서는가에 대한 원작자의 대답이자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입니다.
인간의 의지와 변덕에 굽히지 않는 법.
곧 다가올 행동과, 이성과, 정의와 법이 숨쉬는 시대를 지켜내기 위한 싸움.
무게가 다르죠.
원작에서의 그들은 단지 영육의 자유가 아닌 자신들 이후에 다가올 세계를 지켜내기 위한 싸움을 위해 전장에 섭니다.
간단히 '자유'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축약해 버릴 성질의 주제는 아니었지요.
러닝타임이 모자라서?
천만에요.
이후에 곧 이어지는 아들을 잃은 장군과의 대화와 꽤 긴 왕비의 의회 연설장면은 아예 원작에도 없는 장면입니다.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아들을 희생시킨 아버지의 안타까운 모습과 자유를 위해 의회에 파병을 요청하는 왕비의 모습이 꽤 길게 보여지죠.(사실 전 영화 전체에서 제일 재미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왜 굳이 영화의 절정을 앞둔 순간에, 자유의 수호를 위해 모든 총대를 멘 지도자의 모습과, 자유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국민과, 의회에서 파병의 정당성을 호소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연달아 보여 줄까요.
그것도 지금껏 그럭저럭 잘 따라오던 원작의 대사는 난도질하고, 원작에도 없는 장면을 재미도 없이 질질 늘려가면서 말이죠.
이쯤 되고 나면 아무리 봐도 스파르탄은 투구를 쓴 아메리칸 프리덤 파이터로 보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마지막에 의회에 레오니다스의 전언을 전하는 딜리오스는

이 아저씨로 보입니다.(미스터 야가 아닙니다.)
자유 수호 중요하죠. 민주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죠.
하지만 솔직히 이정도로 뻔뻔하고 노골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매우 기분이 껄적지근 합니다.
때가 때이고 영화의 국적이 국적이니 말이죠.
영화 한편으로 이렇게까지 가르치려 들면 솔직히 상당히 띠껍지 않습니까?
게다가 임모탈들의 가면속 기형의 얼굴이라든가, 인간이라기보다는 트롤이나 괴물로 보이는 페르시안 전사의 모습 역시 원작에 없는 장면입니다.
덕분에 영화에서 페르시아군대의 이미지는 거의 우루크하이나 오크군대로 보이죠.
대사, 연출, 카메라 앵글까지 원작을 고대로 따 와서 영화를 만든 주제에, 적국을 더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하고, 원작의 주제를 왜곡하는 데는 왜 그리 열심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작에서 미디어를 옮기면서 변형을 가하고 오리지날 요소를 덧붙이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300에서의 변형과 추가는 너무나 일방적이고, 노골적이며 뻔뻔스럽습니다.
감독 잭 스나이더는 전작 새벽의 저주(원제는 시체들의 새벽) 리메이크 작업에서도, 원작이 가지고 있던 노골적인 자본주의 비판 색채를 싹 지워버린 채 뛰고 달리는 스릴만으로 영화를 채운 전력이 있기에, 사실 이 영화에서도 걍 원작이나 잘 따라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뭐 결과는 기대 이상이군요. 여러 의미로 말입니다.
어쨌거나 화면발(사실 멋진 장면은 원작 앵글에서 다 퍼왔으니 뭐) 하나는 끝내 주는게 사실이고, 그 덕분에 영화는 꽤 먹히고 있는것 같지만, 전 이 영화에 대해 좋게 얘기할 일이 별로 없을것 같군요.
인디펜던스 데이 2라고 하면 좀 심합니까?
이런 식의 프로파간다는 꽤 혐오하는 편이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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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300명의 몸짱이야기는 빼먹삼 'ㅠ'
저도 이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가 너무 맘에 안 들어서 처음 이 영화를 보고 분노를 느끼며 최악의 영화다.. 했을 정도고 원작까지 오해할뻔 했습니다. (친구가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거라고 뭐라고 해서 말이죠) 원작 책이 비싸다보니 쉽게 손을 대지 못했는데, 이 포스팅을 보고 원작에 대한 오해가 풀려서 다행입니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저의 경우 "스파르탄 코스프레한 아메리칸 파이터들이 싸우는 영화"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도저히 감정이입이 불가능했던게 크나큰 문제였고 "아들이 나라를 위해 죽는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슬프다"고 하는 그 사령관의 눈물겨운 충성심 (파병을 긍정하면서도 미국적인 가족사랑에 호소하는.. -_-) 덕분에 불쾌감에 젖어있었는데다 왕비의 연설은 아무리 봐도 미국인 입맛에 맞춘 대사였으니.. 뭐 친구가 "원작대로다"라고 해서 "미국만화라서 그런건가"하고 심한 좌절감을 느꼈었는데 저의 무지함을 깨우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로 이 포스팅은 큰 구원입니다.. 원작 300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300에 관한 수많은 평론, 리뷰 중에 가장 싫어하는 말이 '원작을 고스란히'란 단어입니다.

원작은 '영화와는 다르게' 소장가치가 있습니다.
원작 꼭 보세요.
원작자가 제작에 참여했고 영화에 대한 그의 코멘트는 얼마전에 나온 DVD에서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당신도 하지 않겠냐는 의미 보다는 적어도 무릎 꿇고 비느니 서서 죽는다의 보편적인 의미로 받아 들여지더군요.
새벽의 저주 리메이크처럼 꼭 원작의 정치적 성향을 계승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고 자신있는 감독이라면
자신의 스타일이나 또 다른 해석이 들어갈 수도 있겠죠. 저랑 다소 견해가 다르지만 참고할 부분이 많아서 좋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다른 부분보다 영화에서 추가된 부분들이, 지나치게 노골적인 정치색(개인적으로는 매우 공감하기 힘든)을 띄었던 부분이 마음에 안들었던 거였습니다.
'300' 원작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죽음으로써 지키고자 했던 것'이 기타 비슷한 영화에서 보였던 맹목적인 애국심이나 자존심이 아니었기 때문이었거든요.
원작물이 반드시 원작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라는 점에는 저 역시 공감하는 바이지만, 유독 정치색이 강한 장면만 원작에서도 없는 장면을 추가해서까지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틀어 놓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절규와 의회 연설씬은 필요 이상으로 이성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로 이루어져 있었거든요.
단순한 오락영화에 왜 그리 민감한가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단순한 오락영화치고는 좀 악의적인 연출이 많았다고 봅니다.
'시체들의 새벽'이나 '300'의 원작의 정치적 성향을 계승하지 못한(혹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카프카의 '변신'을 트랜스포머 비스트워즈로 리메이크한 것을 보고 충격받은 팬의 심정으로 쓴 이야기라면 조금 이해가 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